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 라서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스트레스는 가급적 빨리 털어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면 스트레스를 안고 지내는 직장인이 많지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이를 신속히 털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뭘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 를 그때그때 해소할까.
한국IBM 정보시스템부 양원봉 부장.
그의 스트레스 해소기구는 '큐빅'(한 면이 같은 색이 될 때까지 맞추는 정육면 체 퍼즐)이다. 잠깐이지만 큐빅을 맞추는데 몰두하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업 무 스트레스도 절로 풀린다.
양 부장이 큐빅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분 30초~3분. 커피 한 잔 마 시는 시간보다 짧은 잠깐 동안이지만 그에게는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보내는 블랙홀의 시간이다. 일종의 '놀이형' 해소법을 갖고 있는 경우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가운데 현대인은 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무한경쟁에 시달린다. 자연히 스트레스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주5일 근무제 확대로 여가활동을 보낼 기회는 늘었지만 하루 하루 생겨나는 스 트레스를 주말까지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평소 담배나 술에 의존하 는 것은 결코 좋은 해결책이 못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 이윤영 과장은 꽹과리를 치면서 스트레스를 한껏 날려 보낸다. 일종의 '활동형' 해소법이다. 사내 풍물패 동호회인 '하누리' 동료들 과 연습에 몰입하다 보면 하루의 피로는 씻은 듯 사라진다.
"단시간에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가 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땀을 흠뻑 쏟습니다.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쾌감을 느끼게 되죠."
이 과장은 매주 수요일 저녁 정기모임뿐 아니라 점심시간중에도 기회 나는대로 풍물패 연습실을 찾아 꽹과리를 잡는다. 그는 "회사가 양재동으로 사옥을 옮기 기 전에는 별도 연습실이 없어 한강둔치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사내에 전용 연습실이 생겨 짬짬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그만"이라고 치켜세운다.
교보증권 최명주 사장. 출근길에 앞서 최 사장은 차(茶)를 담은 보온병부터 챙 긴다. 보온병에 담긴 건 중국의 보이차. 그 중에서도 40년 이상 된 녹차잎으로 만든 광운공병(廣云貢餠)을 애호한다.
날마다 피말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증권회사의 사령탑인 그에게 차는 스트 레스를 풀어주는 치료약이다. 최 사장은 하루 3차례 차를 마시며 조용히 사색 에 잠긴다. '명상형' 해소법을 가진 사례다.
그는 "차를 마시다 보면 몸이 따뜻해지고 기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걸 느낀다" 며 "차를 통한 잠깐 스트레스 해소법을 익힌 후부터는 마음이 부쩍 편안해지고 숙면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풀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스트레 스가 쌓이면 세포가 죽고 늙어 온갖 병을 부르기 때문이라는 게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이 분비된다. 코티솔은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인체가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다.
문제는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솔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는 것. 이렇게 되면 코티솔이 계속해서 뇌에 남아 뇌신경세포를 망가뜨린다는 게 김 교수의 얘기다.
과다분비된 코티솔은 임파구의 수를 줄여 면역기능을 약화시키므로 각종 감염 성 질환과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심장에 나쁜 영향을 준다. 화를 잘 내는 사람 은 심근경색 등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무려 5배나 높다. 또 피부질환의 40 %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는 게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교수의 설명이다. 스트 레스 상태가 되면 정신적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많이 먹게 돼 비만이 되기도 쉽다.
스트레스는 위산 분비를 촉진해 궤양을 부르며 당뇨, 알코올ㆍ담배 남용, 우울 증, 불면증 등도 초래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바로 풀어서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자신에게 맞 는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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