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그래서 그렇게 학교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도 뼈져리게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어디 출신인지 왠만하면 이야기 안한다.
정말 오래간만에 학교에 가보았다. 어!주차비를 내야했다. 흐음... 하긴 나같은 사람도 차를 끌고 다니니 오죽하겠냐 싶었다.
건물은 5층에서 7층으로 2층이 높아졌다. 하지만 디자인이나 색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곳곳에 금연 간판이 붙어있고 아예 자연과학동은 금연건물로 지정되어있었다. 학부때 연강들을때는 쉬는 시간에는 우루루 몰려나가 복도에서 담배한대씩 물었던 기억이 새로운데 이젠 그런일은 야만인이나 하는 행동이 되었나보다.
건물 속으로 들어가보니 영 뒤죽박죽이었다. 강의실번호도 바뀌었고 그나마 다른 용도로 쓰인 곳으로 바뀐 곳이 많았고... 대학원 구술시험에 대비한답시고 한밤중에 강의실에서 미친놈처럼 혼자 떠들던 그 강의실은 없어져 버렸다.
나는 소위 도서관 죽돌이였다. 오죽하면 별명이 백번이었을까? 일년 내내 중앙도서관(이것도 없어졌더군) 4층 구관 100번 자리에만 앉는다고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술도 엄청 먹고 나름 열심히 생활했다. 후배들에게도 잘 해주었고 선배들은 깍듯이 모셨다.
대학원 입학 통보를 받은 다음날이 생각난다. 뭐 도서관에 나올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그냥도 덤덤히 짐을 싸서 도서관 100번 자리에 앉았다. 11월 말로 기억되는데 공부가 되겠는가? 자연대에 올라갔다. 그날 늦가을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는데 자연대 현관에서 쭈구리고 앉아 비를 바라보며 담배만 작살내고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입학한지 어언 이십년이 가까와진다. 시간도 가고 사람도 갔는데 나는 여기서 무얼하는지... 참 눈물이 났다.
그 이후 인생은 참 많이 꼬였고, 친구도 잃고 돈도 잃고.... 뭐 하나 건진 것이 없다. 하나 있긴 하다. mental disorder와 그로 인한 여러 후유증...
집에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안의 모니터에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은 하루 하루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눈에 잡힌다. 지랄하네... 그럼 누구나 영생하겠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하루 하루 죽어가는 거야. 그리고 나올때는 ordering이 가능하지만 가는 것은 그렇지 않을 뿐!. 누구나 그렇게 가는거야. 너도 내꼴 한번 되봐. 너도 죽고 싶어질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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