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는 시간따라 생체시계도 빨라진다
1주일에 10~20분씩 서서히 일찍 일어나야
실내 환하게 한 후 신문·책 읽으면 도움돼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자명종 시계를 두세 개씩 맞춰 놓지만 여전히 늦잠꾸러기로 사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잠들고 깨어나는 시기가 결정되는 각자의 ‘생체시계’(Internal Clock)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먹는다고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출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시기를 이용하면 손쉽게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절호의 찬스인 것이다.
■ 왜 하필 2월인가
생체시계는 빛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빛이 뇌 속 시신경에 신호를 전달하면 신경세포 안의 단백질 유전자들이 잠을 재우는 멜라토닌 등 수면 관련 호르몬의 생산을 줄인다.
따라서 사람의 몸은 햇빛을 봐야 비로소 아침을 시작한다. 빛이 있어야 체온이 올라가고,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서, 생체시계가 작동한다. 따라서 한겨울에는 일찍 일어나도 햇빛이 없으니 진정한 아침형 인간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일출 시간이 기상 시간에 인접해 점점 빨라지는 2월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기상 시간과 일출 시간을 일치시키면 자연스레 생체시계가 앞당겨지고, 동트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는 3·4·5월을 거치면서 새벽에 일어나도 맑은 정신과 생체리듬을 갖는 아침형 인간이 완성되는 것이다.
■ 태양과 친해지려면
일출 시간에 맞춰 일어난 후 커튼을 모두 걷어 집안에 햇빛이 가능한 한 많이 들어오게 한다. 전등도 모두 켜서 실내를 환하게 한 상태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 생체시계가 일찍 돌아간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의 햇빛도 문제 없다. 카메라 플래시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빛이면 충분하다.
이 시간에 달리기 등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생체에 광선을 차단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므로, 처음 햇빛을 보는 30분 동안은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걷기 정도는 괜찮다.
욕심을 부려 무리해서 일찍 일어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정상적인 수면리듬에서는 체온은 깨어나기 2시간 전에 제일 많이 떨어져 있다. 그러다 체온이 점차 올라가는 상태에서 빛을 보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분비되면서 잠에서 깨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2시간 이상 일찍 일어난다면, 예를 들어 오전 9시에 일어나는 사람이 갑자기 새벽 6시에 일어나면 한 시간 후인 7시에 체온이 가장 낮게 떨어진다. 깨어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눈만 떠 있지 뇌는 자고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한진규 교수는 “기상 시간을 1주일에 10~20분 서서히 앞당기는 것이 적당하다”며 “그것이 점차 빨라지는 2~3월의 일출 시간과도 자연스럽게 맞는다”고 말했다.
■ 햇빛을 대신하는 광(光)치료
기상 직후 햇빛을 대신해서 인공적인 빛을 쐬는 것도 아침형 인간이 되는 데 효과가 있다. 통상 실내 조명은 600~800럭스. 하지만 아침에 생체리듬을 일깨우려면 5000~1만럭스의 빛이 필요하다. 따라서 일어나자마자 강한 빛을 내는 라이트 박스(Light Box) 앞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광치료가 도입됐다. 이 치료법은 아침에 도저히 일어나지 못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지연성 수면장애’ 환자들에게 많이 시도되고 있다.
이 같은 광치료는 병원 혹은 가정에서 할 수 있다. 입원을 한 경우는 기상 후 강한 실내 조명의 광치료실에서 30분~1시간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기상 시간을 앞당긴다. 집에서는 가정용 라이트 박스 앞에서 빛을 쬐면 된다.
광치료로 아침형 인간에 적응하는 데는 대개 1~3개월 걸린다. 가정용 라이트 박스는 현재 미국산 제품이 수입돼 수면클리닉을 통해 보급 중이다. 가격은 한 대에 70만원선. 형광등 5개 정도를 붙여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광치료는 동트는 시간이 늦은 겨울철에 아침형 인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평소보다 기상 시간만 빨라지면 수면부족으로 낮 시간에 집중력 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전날 밤에 그만큼 일찍 잠드는 습관을 가져야 수면부족으로 인한 후유증이 없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수면 시간은 유지하면서 수면 주기만 아침형으로 앞당기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200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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